삶과 죽음에 대하여

 

 

세상 살아가노라니

주위에서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떠나갑니다

나름대로 말 못할 안타까움을 남기고

떠나가시는 분들은 말이 없는데 남아있는 이들은 참으로 걱정이 많은 것 같네요

남은 자들 끼리 서로가 서로에 대한 욕심들,

서로가 서로에 대한 서운함들이 이리저리 뒤섞이어

어쩌면 떠나가시는 분들이 더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을까요


반세기를 (?) 살아보니 산다는 건 유행가 가사같습니다

그 때 그 때 유행하는 노랫가락을 따라

자의반 타의반 언제나 정해진 음율을 따라 선택을 강요받으며 살아왔던 나날들,

어쩌면 일장춘몽이요

또 어쩌면 참으로 길고 긴 고행길이었던 것 같네요

사랑 앞에는 항상 머뭇거림이 있었고

즐거움 뒤에는 항상 뒤치닥거리가 딸려오던 날들,

그 반세기 동안을 살아오면서 나 아니면 할 수 없었던 것이 무엇이 있나

둘러보니

허허 두 놈의 자식들과 잘난 마누라 인생을 조진 것 밖에는...

그러면서 남은 날들을 손꼽아 봅니다.

남들보다 조금은 게으르고 담배와 술에 거칠게 살았던 나날들을 고려하면

이제 한 20년 남았을까요 그것도 재수가 좋을 때...

정녕 어떻게 살아야 잘살았다고 신문에 날 수 있을까요 ^^

 

이제 할 수 있는 일보다 하지 못하는 일들이 더 많아진 나이에

그래도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하루하루 지치고 힘들어도 그 일들을 생각하며 또 일벌처럼 오늘을 살았고

무심히 지나치는 하루를 억지로라도 의미를 부여해 봅니다

나 아니면 이 세상에서 할 수 없는 일들,

그 꿈을 꾸다가 또 사랑하는 한 분을 봄비 속에 떠나보냅니다.

봄비 맞으며 떠나간 사람

 

 

경상도 상주 땅에서 태어나셔서 6.25 동란에 군인이 되어 싸우시다가

북한군의 포로가 되어 총부리를 반대로 잠시 겨누시었지만

용케 탈출하셔서 다시 고향 땅으로 돌아와

한평생 유학과 한시, 그리고 한약방을 하시면서 평생을 너그럽게 사셨던 분,

3남 1녀를 낳으시고 한 집안의 장손으로 끝내 고향을 지키시다

82의 연세에 노환으로 봄비 맞으며 떠나가신 분,

그 분이 산으로 돌아가시는 길에 남은 자손들의 곡소리가 한 없이 이어집니다

 

 

정녕 무엇을 하시고 또 무엇을 남기시고

그렇게 한 줌의 흙으로 다시 돌아가시는 지...

상여꾼들의 발걸음이 술 한잔에 취해 지나치던 배꽃을 떨어뜨립니다

 

상여가 멈춘 곳, 그렇게 넓지도 깊지도 않은 사각의 땅 속이 기다립니다

이제 편히 쉬라고

아니면 이제서야 다시 돌아왔구나 !

그 위 쪽에 이미 한세기 전에 누워계신 할아버지, 할머니 무덤이 정겹습니다

맏손주를 맞이하시는 그 분들은 정녕 어떤 마음이실까요

 

눈물 속에 자손들이 먼저 흙을 뿌리시고

무심한 포크레인과 상여꾼들의 발돋움에 어느새 붕긋한 무덤이 생겼네요

이쁘게 잔디를 심어시고 아쉬운듯 뒤돌아 또다시 생활의 터로

뿔뿔히 흩어져가는 자손들...

 

 

정녕 인생이란

원하지 않게 찾아와 또 원하지 않는 죽음을 맞이하며

끝내 외로운 산꼴짜기에서 홀로 남는 것인지...

 

정녕 존경하던 분을 떠나보내며 오늘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그 무엇도 가져갈 수 없는 죽음의 길을 가면서

내가 가진 그 모든 것을 이 땅과 세상사람들에게 아낌 없이 나누리라고...

 

큰아버님, 이 세상에 남은 여운들

이제 모두 거두시고 평안히 영면하소서 !

Posted by 인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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