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의 피로가 몰려온다 !

 

 

내가 걸어왔던가?

그 무언가에 이끌리어 그 무언가에 쫓기어 나도모르게 달려왔던가?

반세기의 짧고도 긴 세월을 너머 뒤돌아보니

이룬 것도 없고 살아있는 존재의 이유도 잘 모르겠네요

"무엇을 위하여 종을 울리나"

한번씩 생각날 때마다 인생은 허허롭기 그지 없고

주변의 모든 생명과 사물이 그저 무거운 짐으로만 느껴지는 삶,

한마디로 지쳤습니다 !

"피로사회"의 한복판에서




 



 

재독학자인 한병철교수님의 "피로사회"를 읽으니 두가지 마음이 공존합니다

오늘의 내 자신이 왜 피로하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가 그 원인분석은 되는데

또 한편으로 역시 명확한 해결방안은 찾지 못하는 아픔 !

심증은 가는데 확실한 증거가 없듯이 내일의 삶은 역시나 과거의 연장선이고

오늘을 단절하지 않으면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니...

한교수는 오늘의 자본주의 사회는 "자기착취의 사회"라고 규정합니다

시대마다 그 시대의 고유한 주요질병이 있는데

20C는 규율사회,

즉 흑백논리, 냉전, 인종간 갈등, 이질성, 배타성이 가져다주는 병이 있었다면

21C는 성과사회,

즉 이질성보다는 차이를 인정하고

자기 부정보다는 "yes, we can"의 긍정적 마인드로 "성과"를 향하여 미친듯이 달려가는

자본주의 사회랍니다.

어제보다는 오늘의 성과가 좋아야 마음이 편하고

오늘보다는 내일의 기대치가 높아야 불안한 마음이 제거된다네요.

그렇게 달리다 달리다 지치면

결국

긍정성의 과잉에 대한 반발이 피로와 신경성 폭력현상으로 나타나고,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너머

매일을 하루같이 더 많은 것을 얻어내야 한다는 부담감,

즉 탈진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은 있는데

그 무언가를 하지 않을 힘은 없는 상태"

오늘의 우리들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요 ?

그렇다면 어이해야 하나

한교수는 "깊은 심심함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인생이란 마라톤에서 긍정과 성장의 직선코스를 벗어나

한번씩 벤취에 앉아서 바라보아야 한답니다.

 

 

발전과 성장의 神話를 버리고

삶의 머뭇거림 속에서

노장사상에서 말하는 無爲自然과 無用之用의 철학을 느껴야만 한다네요

후후 말은 좋은데

과연 어떻게 오늘과 부딫히지 않으며 내려놓을 수 있는가요

과연 우리들의 시대에 내려놓음이 가능한 사람이 그 몇이 될까요

현대인은 스스로의 신화를 만들고

그 신화 속에서 스스로를 무한대로 채찍질하다가

스스로의 기력이 떨어지면 사라져가면 그 뿐인 것을...

천천히 쉬어가면서

 

 

인간이 가진 기술과 문명은 쉼 없이 발전하여 왔습니다.

그 만큼 그 무언가를 행함에 있어

과거보다는 훨씬 간편하게 시간을 절약하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지요

그런데

왜 우리는 숨돌릴 틈이 없는 걸까요?

도데체 왜 시간은 부족하기만 할까요 ?

기술의 발전으로 절약된 시간은 도데체 어디로 가버리고

우리들 개개인은 더 바쁘고 더 할 일이 많아져 버렸을까요 ?

끊임 없는 욕망의 노예 - 인간

 

 

정녕 한 개인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인간사회의 메카니즘에서 도저히 탈출할 수 없는 개인의 슬픔일까요?

이런 저런 의문만 늘어만 가는 우리네 인생살이,

독일의 플로리안 오피츠씨는 "슬로우"란 책에서 주장합니다.

" 사회의 시간이 문제다 !"


 




 

자본주의의 끊임없는 경제성장의 법칙이 가장 근원적인 문제이고

그에 따른 속도경쟁이 곧 돈으로 직결되는 우리들의 사회,

그 경쟁의 바다 위에 떠 있는 한 줌의 생명체가 우리들이랍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슬로우(slow) 해야 한답니다.

자연의 회복을 부르짖으며 황무지로 떠난 노스페이스 창업자,

산골농장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유자적 살아가는 가족,

제도권에서 탈출한 금융전문가등등을 만나면서

 

 

천천히의 대명사인 부탄의 국민총행복론에 기대어 봅니다.

문맹율이 94%에 달하는 세계 최고의 빈국인 부탄의 국민들은 행복하답니다

시간을 돈으로 경쟁으로 또 성장으로만 보지 않고

생명으로 사랑으로 함께 나누는 행복으로 보는 것이지요

요즈음 슬로우 시티,

슬로우 푸드, 슬로우 가든, 슬로우 워크등이 유행이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 있는 사회를 주장합니다.

전국민이 그 어떤 능력의 차이, 조건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똑같은 분배의 법칙에 동일한 기본소득을 나누어가지는 것이지요

 

 

ㅎㅎ 이 또한

자본주의 사회를 냉철히 바라보고 통렬한 분석은 정말 뛰어난 글인데

결론은 참으로 이상적인 상상의 세계로 도망가버렸습니다.

이제 덩그러니 홀로남은 나는 어이하는가

 

 

결국 마지막 남은 건 반세기를 살아 피로한 육신 밖에 없군요

자본주의의 톱니바퀴를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는 삶,

정녕 비일상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 있을까요

아니 오늘의 생활의 무기를 버리고

과연 생명을 영위할 수 있을까요

 

몸 뿐만아니라 정신마저 철저히 인간문명의 메카니즘에 젖어있는데

가장 평범하게 살아왔기에

가장 놓을 수 없는 삶의 무게가 있는데

오늘따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서럽습니다.

 

진정한 비일상의 세계를 꿈꾸며...

 

Posted by 인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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