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이 길을 가는데

 

 

1.

그 길은 멀고도 험하다 !

거리의 이정표는 있지만 끝나지 않는 영화처럼 불안하기 그지 없다 !

함께가는 길이지만 세 사람의 눈빛은 서로 다르다 !

 

 

한 놈은 그저 싸우면서 길을 간다

돌부리도 욕하고,

지나치는 사람들의 어깨라도 맞부딪치면 죽어라고 싸운다

마음은 급하고 발걸음은 무거운데

왜 가야만 하는 길인지

어디까지 왔는지 생각하기 전에

힘든 길을 갈 수밖에 없는 그 모든 이유에 저항을 한다.

 

 

또 한 놈은

그저 이정표대로 따라만 갈려고 한다.

누가 만든 길인지 묻지를 않는다

왜 가야만 하는 지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남들처럼 발자국 많은 쪽을 따라 하염 없이 길을 간다

오직 관심이라곤 배고픔 뿐,

 

 

마지막 한 놈은

말과 행동이 다른 길을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불같은 놈과는 말로 함께 하고

물같은 놈과는 행동으로 함께 하며 나름대로 가운데 길을 간다

나아가는 그 길이 한순간도 편하지도 기쁘지도 않다

그러나 고이어 있으면

그 순간 썩어버릴 것을 알기에 멈출 수가 없다.

2.

언제부턴가 그들의 길 위에는 세 명밖에 남지 않았고

갑자기

하늘에서 요정이 한마리 살포시 그들의 앞 길에 내려 앉았다.

 

 

불같은 놈은 무조건 지 꺼란다.

첫눈에 반하였다고 그녀 없는 길을 가니 죽어버린단다.

물같은 놈은 그녀가 하자는 대로 한단다.

비록 사랑하지만 그녀의 뜻을 좇아 죽을 힘을 다해 따라간단다.

마지막 한 놈, 불도 아니요 물도 아닌 놈은 침묵을 지킨다

그런 와중에 그녀는 한동안 고민하더니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고

그렇다고 그 누구도 버리지 않으며

세 놈의 어깨 위에 누워 잠들어 버린다.

3.

어쩔 수 없이 세 놈은 비록 무겁지는 않지만 요정을 어깨에 메고 길을 간다.

그렇게 가다가다 깊은 산 속 오솔길에서 선녀를 만났다

 

 

같은 놈은 얼씨구나 잠든 요정을 버리고 선녀를 사랑한단다

이제 모든 것 훌훌 털어버리고 선녀가 사는 계곡에서 나뭇꾼으로 살아간단다

같은 놈은 잠든 요정을 업은 채 또 선녀의 뜻에 따른단다

두 여인네중 누구라도 자기를 사랑한다면 그녀가 가자는 길을 함께 간단다.

마지막 불도 아니요 물도 아닌 놈은 또 침묵을 지킨다.

그 꼬라지를 지켜보던 선녀는 세 놈 모두를 계곡에 가두어 버린다.

저들 끼리 찌지고 뽁아

마지막 한 놈 기어나오는 놈을 안고 하늘로 간단다.

4.

이제 모두가 계곡에 갇히어 어쩔 줄을 몰라 한다

한 놈은 성난 멧돼지마냥 계곡을 휘젖고

한 놈은 지친 사슴처럼 높은 하늘만 쳐다보고

또 한 놈은 잠든 요정과 무서운 선녀의 눈치만 살피는데

어여뻐라 !

골짜기를 따라 아리따운 산골소녀가 모시저고리를 입고 나타난다.

 

불같은 놈은 이번에는 정말 천생연분을 찾았단다

요정이고 선녀고 다 필요 없다 !

그녀와 함께 후미진 산지기로 살아간단다

물같은 놈도 빙긋이 웃는다

셋중에 무조건 한 사람은 자기를 선택할 거라는 믿음에 한층 느긋하다

그런데 마지막 물불 안가리는 놈의 얼굴표정이 심각하다

이제 침묵으로 넘어갈 수 없는 계곡 안의 분위기를 알기에

붉은 여우처럼 웅크린다.

깜짝 놀란듯

쳐다보던 순박한 산골소녀는 그저 깔깔깔 웃는다

물,불,그리고 아닌 놈,요정,선녀의 꼬라지가 우스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자기는 아니란다

산짐승들을 사랑하여 산에 살고

나무와 꽃이 좋아 계곡에 산단다.

함께 떠나갈 데도 없고 그 어떤 놈과도 함께 살고싶지도 않단다.

5.

결국 세 놈은 그 어떤 여인도 선택할 수 없었고

그 어떤 여인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채

늙고 병들어 세그루 나무 밑에서 영원히 잠들었단다.

 

우리는 누구일까요 ?

 

Posted by 인밸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