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人


The highest HDB block of flats at Toa Payoh Central with 40 floors and a connecting panoramic Sky Garden – Singapore
The highest HDB block of flats at Toa Payoh Central with 40 floors and a connecting panoramic Sky Garden – Singapore by williamcho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18층 아파트를 내려와 휘청거리며 지하주차장을 찾는다
낯익은 차,
분주한 사람의 시장을 너머 수성못을 거슬러
금호강 얇은 다리를 지나면서 어제의 기억을 떠올리고
또 한번 휘청거린다

이미 중천에 떠오른 태양, 높은 나무 그림자 사이로
사람의 현수막이 흩날리고
낯익은 건물들은 저마다 분주하다 그 가장자리를 지나 또다른 건물,
컴퓨터에 서류에 전선처럼 얽히는 사람들,
빡빡한 시간 속에 점심 먹으로 가는 길이 어제보다 멀게만 느껴진다.

그보다 더 긴 노을이 내리면
주섬주섬 일어서는 빈자리 위로 못미더운 전화벨 울리고...

밤마다 언제나 그 자리에는 사람이 있다
술판 위에 참소주가 타들어가는 삼겹살에 더워진다. 
한잔 두잔 뱃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면
이제야 하이에나의 비겁을 이야기 하고 더 비겁한 인생을 서러워한다

소리지르고 욕하고 웃고
그리고 한병 더 참소주, 밤 9시 뉴스가 끝난다
먹다 남은 삽겹살이 시커멓게 타들어갈 때면 마주앉은 얼굴들,
돼지 기름끼에 담배연기에 충혈된 눈빛으로 기억을 잃는다

자정이 너머 다시 찾는 18층 아파트,
한 번 두 번,
한참이나 현관 벨을 누르면 낯익은 흡혈귀가 마중을 나온다.  

                                                                                    by 임 경익



Posted by 인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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