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이 가을에는





이 가을에는 그리 화려하지도
그렇게 우울하지도 않은 여인과 사랑을 하고 싶다.

밤낮으로 가로등 피어있는 포도를 멤돌던 나날들,
그 속에서 이미 어깨 처진 느티나무가 되어 버렸지만
이제는 다시 어린 날 흙먼지 휘날리는 신작로를 달리고 싶다.

가도가도 싫증나지 않는 코스모스 길을 따라
이 가을에는 그리 아름답지도
그렇게 고독하지도 않은 여인의 곁에 서있고 싶다.

제 몸 살리기 위하여 스스로 물길을 끊는 가로수,
그 붉은 낙엽을 밟으며 오늘 내가 아니라도 좋다.

내일을 걱정하며 오늘을 이고선 사람들, 그 곁을 비껴지나
하루살이처럼 날아올라도
이 가을에는 그리 통속하지도
그렇게 고고하지도 않는 여인의 품에서 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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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인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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