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이 가을에는 



이 가을에는 나의 이름을 버리겠다.
돌이키면 언제나 낯선 거리, 낯선 여인들 곁에서
슬픈 망나니처럼 춤추던 나날들,
그 틈으로 부끄러이 앞서가던 이름 석자야, 이제 물렀거라!!

이 가을에는 나의 머리를 버리겠다.
지나온 여인들 속에 수 없이 변절하던 몽상의 세계,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던 시간들,
그 곁에서 흰 머리카락 돋아나던 머리야, 무거워 죽겠구나!!

이 가을에는 나의 사랑마저 버리겠다.
해뜨면 배고픈 거미처럼 사냥을 하고 밤이 오면 불나비,
불을 찾아 여인을 찾아 하룻밤의 꿈을 꾸던 날들,
그 사이에 돋아난 새빨간 나의 사랑아, 참으로 가증스럽구나!!

그리고 올 가을에는
붉은 산하, 메말라가는 단풍의 생리를 배우겠다.
스스로 떨어지는 이유와 스스로 썩어가는 이유를
이 화려한 가을날에 나는 애써 물어 봐야겠다.
“내가 아닌 내가 이 가을에는 주인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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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인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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