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 이 가을에는




내가 없는 곳에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만나고 싶다.
나로 인해 삐딱하게 기울어진 세계,
들고 이고 부들부들 떨고선 나의 이웃들을 떠나 여행을 가고 싶다.

길고 긴 만리장성 너머 내가 모르는 것이 정답인 세계,
그 속에서 나는 천둥벌거숭이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어쩌면 지난 날의 추억들이 지옥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내가 걸어왔던 그 길이 이 세계의 상처인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사랑을 노래하며
그 사랑을 미워하고 때리고 짓밟으며 그렇게 살아왔지 않던가

끊임없는 새로움에 대한 갈증은 항상 달콤한 꿈 속에 잊어버리고
늘 있던 그 자리, 마주할수록 서로를 외면하는 현실에
싸우고 울부짖으며 발버둥치면서도
끝내 버리지 못하는 오늘이 내일이 되고 또 나의 숙명이 되는 세월,
그 너머로 미친듯이 달려가고 싶다.

하루종일 말을 안해도 살아갈 수 있는 곳,
배고픔이 거추장스러운 곳,
낯선 땅의 이방인이 되어 지난 시간을 버리고 싶다.
철저히 부서지고 깨어진 폐허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들꽃처럼
그렇게 다시 이 세계를 마주하고 싶다.

정녕 돌아올 필요가 없는 여행,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서러워 늘 그러하게 죽어가는 것이 서러워
이 가을에는
저 높은 희말라야, 한 마리 표범이 되어 이 세계를 굽어보고 싶다.

- 중국 산동성으로 떠나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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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인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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