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이 가을에는


이 가을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네
밤낮을 분간할 수 없는 어두컴컴한 계곡에 갇히어
그저 늙어가는 메타세콰이어 그늘 아래 서럽구나

오랜 가뭄에
계곡의 여린 물줄기마저 끊어져 버린 지금,
마지막 남은 습기에 온 몸이 초록 이끼되어 젖어가네

정녕 이 가을에는 그 무엇도 할 수가 없네
바라볼수록 두려운 공간 속의 사람들,
서로서로 밀어가며 천길 낭떠러지 앞에서 눈치만 보네

추락하면 어디쯤일까
이 가을에는 영혼이라도 믿어야 할텐데
그저 시간이 가도 변하지 않는 사람들 곁을 맴돌며
더 이상 쉽게 두 발로 걷지 못하네
정녕 이 가을에는 제자리걸음에 숨쉬기도 힘이 드네

그래도 꿈을 꾸면 사랑스런 여인들의 나라,
그 주빈이 되어 카사노바를 노래하는데
아직은 꽃과 나무가 시푸른 이 땅 위에 아름다운 공원을 만들기 위하여
그렇게 미친듯이 남은 발길을 재촉하고 싶건만

천길 낭떠러지 앞,
날개가 없네 그 옛날 항우의 절규소리 들려오네

이 가을에는 아마도 놈팽이 신선이 되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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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인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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