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많은 시간이 흐르고 이제 아비로 늙어간다.
꿈들은 잊혀진 여인처럼 언제부턴가 기억도 나지 않고
다 커버린 아이들이 낯선 꿈을 자랑하는 날,
도시에 숨막히고 거리의 네온싸인 불빛따라 또 가로등 밑에서 울었다.



 

 


기억나지 않는 꿈,
그 언저리의 희미한 안개 속에서
나를 알기 전에 이미 이름 지어진 시간 속의 또 다른 나,
그를 만나서 너무도 절망스러운 배신을 당하였다.
어쩌면 세상이 미쳤다 !!


 


이제는 꿈도 아니요 종교도 아니요 민족도 없다
어두운 도시의 강을 따라 헤엄쳐오는 악마들,
그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낯선 숨결에 언제나 토할 것만 같다.



오늘에 태어나지도 못한 나는 과연 어디를 떠돌고 있나
내가 닮은 아비와 나를 닮은 아들 곁에서 거부할 수 없는 슬픔의 호수,
그 가둠 속에서 참으로 참기 어려운 고문을 당하듯
밤은 오고 또 망망대해의 잠 속에서 외톨이가 되는 나는 또 누구인가



오늘도 난 놈과 든 놈들이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세상에는
수많은 이름들을 줄 세우며 예언자인양 탑이 세우
늙은 비구들을 불태우는
나마저 그 망나니의 칼춤에 슬픈 피흐르는 강물을 감아 하루살이되어 피고지는데...



그 이유를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언제부터 낯선 얼굴이었던가
떠나가는 이들 곁에서 나는 가는 걸까 오는 걸까
그렇다면 또 태어나지 않은 나는 어느 황량한 공원에서 혼령되어 떠돌고 있는걸까
어쩌면 모두가 거짓말이다

 



단지 살아가는 이유는 아직도 분노하는 춤사위일
뿐,
다시는 만들 수 없는 오색의 향연, 그 절박한 선택 속에서
내가 아닌 나의 몸뚱이에 지울 수 없는 문신을 새긴다
그렇게 또 한 장의 그림을 그리며 애닳은 애인의 몸뚱이를 따라 떠나가는 여행길,

 



오늘의 나,

그대는 정녕 누구인가 ?


Posted by 인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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